인신매매
아이버리 클라크 시점
여기가 어디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머리를 강타하는 극심한 통증에 나는 신음을 흘렸다. 몸이 끊임없는 흔들림에 앞뒤로 출렁거렸다.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배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단단한 표면에 물이 찰싹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눈을 뜨자 선박의 철제 벽면에 뚫린 현창이 보였다.
어젯밤 해변을 걷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젠장, 납치당한 건가?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생각과 온갖 상황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누가 나를 데려간 걸까?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걸까?
몸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온몸이 경련으로 부들부들 진동했다. 뜨거운 눈물이 두 눈을 타고 흘러내렸다. 몸이 생존 본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배 위에 있었고, 나를 구하러 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완전히 혼자였다.
여기서 나가야 해.
방은 좁았다. 구석에 침대 하나가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문은 아마 잠겨 있을 것이다. 그건 분명했다.
내 모습을 살펴보니 꽤 엉망이었지만, 어젯밤에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 두 발로 균형을 잡고 문 쪽으로 걸어가 열어보려 했다.
손잡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단히 잠겨 있었다. 흔들어봤지만 단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 안의 모든 희망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갈 탈출구는 없었다. 방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쓸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사방이 벽으로 막힌 방 안에 갇혀 있었다.
죽음의 마지막 속삭임처럼 무거운 침묵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차라리 물에 빠져 죽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더 파악할 틈도 없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야?" 뒤로 물러서며 목소리가 떨렸다.
온통 검은 옷을 걸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깨에는 커다란 총이 매달려 있었다. 짙은 검은 수염에 짐승 같은 눈을 가진 남자였다.
"꽤 괜찮은 물건을 건졌군. 이름이 뭐야, 꼬마야?" 그가 걸걸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나를 향해 걸어왔다.
꼬마라니? 나는 엄연히 다 큰 열아홉 살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고 하긴 하지. 가끔 십 대로 오해받기도 하고.
젠장,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중년의 남자가 위협적인 발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눈빛이 이상하게 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가까이 오면 때릴 거야. 나 생각보다 훨씬 사나워." 용기를 쥐어짜내며 그에게 소리쳤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너무 무서웠다. 묵직한 군화가 발걸음마다 쿵쿵 울리며 점점 가까워졌다.
"그거 참 무례하군, 꼬마야. 나는 얌전하게 말을 걸었는데 넌 꽤 드센 편이구나. 규칙이란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고, 나는 몸을 움츠렸다. 그는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안 돼……안 돼……
"가까이 오지 말라고!!!"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서다 침대 위에 올라서고 말았다. 등이 벽에 닿았다.
"소리 지르지 마, 이 년아!" 그가 내 목을 움켜쥐고 바닥으로 세게 내던졌다.
바닥에 쓰러지며 뼈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커다랗고 무거운 돌덩이가 내리찍힌 것처럼 통증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심했다.
덩치 큰 남자가 내 위에 올라타 세게 뺨을 갈겼다.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이 계집년아, 다시는 그따위로 말하지 마, 알겠어?"
그때 허리띠 버클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강간하려는 것이었다.
"드센 년들은 따끔하게 가르쳐줘야 해. 세 구멍을 다 뚫어줄 테니까, 꼬마야." 남자가 사악하게 낄낄거렸고, 나는 더욱 울음을 터뜨렸다.
"안 돼! 안 돼, 비켜!!"
"버둥거리지 마, 꼬마야. 기분 좋아질 거라고." 그 말이 역겨워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더 많은 남자들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눈물로 흐릿해진 눈으로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한 남자가 소리치며 내게 다가왔다.
그는 단번에 내 위에 있던 남자를 들어올려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했다. "이 개새끼야, 확보한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 그 아랫도리를 못 참겠어?"
물, 물건?
나를 물건이라고 부른 건가?
"만약 처녀라면 어쩔 거야? 처녀면 더 비싸게 팔린다고, 이 멍청아! 경매에서 이런 애들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그가 남자에게 고함을 질렀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경, 경매? 물건?
나, 팔리는 건가? 젠장, 이거 인신매매 아니야? 말도 안 돼!
공포가 혈관을 타고 밀려들었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내가 정말로 암시장에 팔려가는 건가?
남자 중 하나가 내 팔꿈치를 움켜쥐고 끌어냈다. 나는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었다.
그는 나를 좁은 복도로 데려가 몇 번 방향을 꺾었다. 그리고 내 시야에 샤워실이 들어왔다. 샤워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설치되어 있었다.
경악스럽게도 그곳에는 여자들도 있었다. 모두의 눈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몸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고, 일부는 나처럼 머리와 얼굴에 굳은 피가 엉겨 붙어 있었다.
"옷 벗어." 남자가 나에게 총을 겨누며 명령했다. 절대 안 돼. 누구 앞에서도 벗을 생각 따위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고, 입술이 떨렸다.
"피 냄새에 흙 냄새가 진동하잖아. 당장 벗어."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이 사람, 정말로 모두 앞에서 옷을 벗으라는 건가?
"싫어요. 못 해요! 절대 못 해요!" 나는 몸을 뒤로 빼며 외쳤다. 그러자 세찬 손바닥이 뺨을 강타하며 눈앞이 핑 돌았다.
"당장 벗든지, 아니면 내가 벗겨주든지. 후자는 절대 마음에 안 들 거야." 그가 이를 갈며 내뱉었다. 그것도 모자라 남자는 내 배를 걷어찼고, 나는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웅크렸다.
"벗으라고!"
나는 흐느꼈다. 맞아 죽고 싶지 않았다. 온몸이 지옥처럼 아팠고, 모든 것이 지옥처럼 아팠다.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나는 천천히 옷을 벗었고, 드레스가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나를 때린 남자의 시선이 온몸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언제나 맨몸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잔혹한 운명이 나를 이렇게 내팽개쳐 버렸다. 이제 나는 정체도 모를 낯선 변태의 눈길 아래 서 있었다. 갱단 놈.
주변에서 여자들의 흐느낌이 끊이지 않았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았다. 그 울음소리와 흐느낌이 귀를 긁어대며 두려움과 슬픔을 더욱 깊이 끌어당겼다.
내가 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차가운 물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동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남자는 눈을 떼지 않고 나를 응시했고, 그 의도는 너무나 뻔했다.
나는 몸을 씻었다. 한동안 다시는 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이후의 내 삶이 어떤 모습일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여기서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이 여자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탈출구는 죽음뿐이었다.
뼈를 갈아내는 듯한, 죽음.
이후 나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작은 방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는 바닥에 앉아 앞에 놓인 접시를 바라봤다. 식기는 허락되지 않았다. 눈앞의 광경에 시야가 흐려졌다.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이 남자들은 인신매매범이었다. 이건 마피아만큼이나 위험한 세계로 이어지는 일이었다.
나는 팔려가는 것이다...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고, 배는 여전히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머릿속은 여전히 혼돈 그 자체였다. 나는 갇혀 있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는 탈출구가 전혀 없었다.
배에 탄 남자들은 모두 총을 지니고 있었고, 여자들은 그 누구에게도 맞서기를 두려워했다. 나는 내 운명을 이해하고 있었다. 어느 마피아 갱단의 성노예가 되거나, 아니면 여자들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곳으로 끌려가게 될 것이었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경비원 하나가 들어왔다. 내게 옷을 벗으라고 했던 바로 그 경비원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이가 어떻게 돼, 아가씨...?" 그가 한 걸음 다가오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진짜 나이를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서른한 살이에요."
남자의 턱이 굳어지더니 순식간에 손바닥이 날아왔다. "또 거짓말하면 산 채로 껍질을 벗겨버릴 거야. 알겠어? 다시. 나이가. 몇. 이야?"
"열아홉이요..." 나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런 괴물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그가 다시 손을 들어 올리자 나는 외쳤다. "사실이에요."
그는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열여덟 미만인 줄 알았는데. 열여덟 미만 여자애들은 경매에서 더 높은 값에 팔리거든."
그 말에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역겨움의 극치였다. 마치 우리가 목숨에 가격표가 붙은 가축 떼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이름이 뭐야? 또 거짓말하면 죽음이 어떤 건지 직접 느끼게 해줄 테니까, 알겠어?" 그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경고했다.
"아...아이버리..."
"아이버리. 뭐, 적어도 예쁘긴 하네. 오늘 경매에 나가게 됐으니 운이 좋은 줄 알아."
뭐, 뭐라고!?
경매?
